미국이나 유럽으로 나가는 화물이 세관에서 반품명령을 받는 사유 중에 포장재가 있습니다. 물건 자체에는 문제가 없는데 물건을 받치고 있던 나무 때문에 컨테이너째 되돌아오는 경우입니다. 운임을 두 번 물고 납기는 통째로 날아갑니다.
수출 포장에서 챙겨야 할 네 가지를 정리했습니다. 목재포장재 열처리, 방습, 화물 고정, 그리고 봉인입니다.
ISPM15는 상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ISPM15는 국제 식물검역 기준으로, 국제 운송에 쓰이는 목재포장재를 열처리하거나 훈증 처리하도록 정한 규정입니다. 처리를 마친 목재에는 IPPC 마크와 처리 방식, 처리 국가 코드가 찍힌 도장이 들어갑니다.
실무에서 자주 놓치는 지점은 대상 범위입니다. 나무 상자만 해당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팔레트와 고임목도 전부 포함됩니다. 화물을 고정하려고 급하게 끼워 넣은 각목 한 토막이 문제가 되는 식입니다.
검역이 엄격한 국가에서는 작업 중 떨어져 나온 나무 조각만으로도 지적이 나옵니다. 컨테이너 바닥에 남은 부스러기가 검사에서 발견되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반품명령이 내려지면 화물은 출발지로 돌아가고, 그 사이 프리타임을 넘긴 비용이 별도로 쌓입니다.
합판이나 MDF 같은 가공 목재는 제조 과정에서 이미 열처리와 동등한 공정을 거치므로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다만 공급처가 어떤 자재를 썼는지는 눈으로 확인하지 않으면 알기 어렵습니다. 선적 전 사진을 요청할 때 도장이 찍힌 면이 보이도록 찍어 달라고 하면 됩니다.
실리카겔은 양이 아니라 계산입니다
컨테이너 내부는 주야 온도차로 결로가 생깁니다. 낮에 데워진 공기 중의 수분이 밤에 컨테이너 천장에서 응결해 화물 위로 떨어지는데, 실무에서는 이것을 컨테이너 레인이라고 부릅니다. 철제품에는 녹이 슬고 종이 포장은 젖어 무너집니다.
대응 수단이 흡습제입니다. 다만 몇 봉지를 던져 넣는 식으로는 효과가 없습니다. 필요량은 컨테이너 용적과 화물의 함수율, 항해 일수에 따라 달라집니다. 적도를 통과하는 장거리 노선과 근해 노선의 조건이 같을 수 없습니다.
일반 실리카겔보다 흡습 용량이 큰 염화칼슘 계열 제품이 컨테이너용으로 따로 나옵니다. 벽면에 걸어 쓰는 형태가 많은데, 흡수한 수분이 화물로 다시 흘러내리지 않도록 젤 형태로 굳는 구조입니다. 화물 가액이 크다면 공급업체에 노선과 화물 조건을 주고 소요량을 받는 편이 확실합니다.
쇼링은 비용 항목으로 잡아야 합니다
컨테이너 안에서 화물이 움직이면 그 자체가 파손 원인이 됩니다. 이를 막기 위해 나무나 각재로 공간을 채우고 고정하는 작업을 쇼링, 벨트나 체인으로 묶는 작업을 래싱이라고 합니다.
중량물이나 플랫랙에 싣는 규격 초과 화물은 쇼링에 전문 인력이 투입됩니다. 작업료가 별도로 발생하고, 금액이 작지 않습니다. 견적을 받을 때 이 항목이 포함되어 있는지 확인하지 않으면 나중에 청구서에서 마주치게 됩니다.
그리고 쇼링에 쓰는 목재도 ISPM15 대상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고임목이 바로 이 작업에서 들어갑니다. 쇼링 업체에 작업을 맡길 때 처리목 사용 여부를 조건으로 명시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컨테이너 씰 번호는 서류와 맞아야 합니다
적재가 끝나면 컨테이너 문에 봉인을 채웁니다. 이 씰에는 고유 번호가 있고, 그 번호가 선적 서류에 기재됩니다.
도착지에서 씰이 손상되어 있거나 번호가 서류와 다르면 화물의 동일성 자체가 문제가 됩니다. 세관 검사로 이어지고, 보험 사고가 발생했을 때 면책 사유가 되기도 합니다.
씰 번호는 적하목록에 실려 세관 시스템으로 넘어가는 정보이므로, 공급처에서 받은 번호를 그대로 옮겨 적었는지 한 번 대조해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숫자 한 자리가 어긋나는 경우가 생각보다 자주 나옵니다.
정리
네 항목 모두 물건값에 비하면 사소한 비용입니다. 대신 잘못됐을 때의 손실은 물건값 단위로 발생합니다. 목재포장재는 반품명령, 결로는 전량 폐기, 쇼링 부실은 파손, 씰 불일치는 검사 지연으로 이어집니다.
선적 전에 공급처로부터 받아둘 것은 세 가지입니다. IPPC 도장이 보이는 포장 사진, 흡습제 투입 수량, 그리고 씰 번호입니다. 이 셋만 확보해도 도착지에서 생기는 문제의 상당 부분은 미리 걸러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