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워더에게 물어보면 예정대로 가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며칠 뒤에 보면 도착일이 뒤로 밀려 있습니다. 스페이스가 안 나와 다음 배로 넘어간다는 연락을 받는 날도 있습니다. 물건은 이미 항구에 가 있고, 바이어에게는 이번 주 출항이라고 말해 둔 다음입니다.
일정이 흔들리는 것 자체는 막을 수 없습니다. 실무에서 필요한 것은 지금 손에 들고 있는 정보 중 무엇이 예정이고 무엇이 사실인지 가려내는 일입니다.
E와 A를 먼저 나눕니다
선적 일정에 나오는 표기부터 정리하겠습니다.
| 표기 | 뜻 |
|---|---|
| ETD | 출항 예정일 (Estimated Time of Departure) |
| ETA | 도착 예정일 (Estimated Time of Arrival) |
| ATD | 실제 출항일 (Actual Time of Departure) |
| ATA | 실제 도착일 (Actual Time of Arrival) |
| 도큐컷 | 서류 마감 시각 |
| 카고컷 | 화물 반입 마감 시각 |
| A/N | 도착통지서 (Arrival Notice) |
중요한 것은 E와 A의 차이 하나입니다. ETD와 ETA의 E는 예정(Estimated)이고, ATD와 ATA의 A는 실제(Actual)입니다. 예정은 바뀌고 실제는 바뀌지 않습니다. 바이어에게 날짜를 확약하기 전에 그 숫자가 E인지 A인지만 확인해도 대부분의 사고는 피할 수 있습니다.
배를 타기 전에 마감이 두 번 있습니다
부킹을 넣으면 선사가 자리를 확정해 주면서 스케줄과 마감 시각이 함께 나옵니다. 여기에 마감이 두 개 있습니다.
카고컷은 화물을 터미널에 넣어야 하는 시각이고, 보통 출항 하루나 이틀 전입니다. 도큐컷은 선적 정보를 선사에 넘겨야 하는 시각이고, 카고컷보다 먼저인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행은 출항 24시간 전까지 세관에 사전신고를 해야 하고 유럽도 같은 제도가 있어서, 선사가 서류를 훨씬 일찍 받습니다. 이 구조는 미국 ISF, 중국 CCAM, 유럽 ICS2 사전신고 편에서 따로 다뤘습니다.
둘 중 하나라도 놓치면 그 배를 타지 못합니다. 물건이 항구에 멀쩡히 있어도 마찬가지입니다.
ETA가 밀리는 네 가지
첫째, 출항이 밀린 경우입니다. 가장 흔합니다. ETD가 밀리면 ETA는 자동으로 밀리는데, 화주는 출항이 밀린 것을 모르고 있다가 도착일만 바뀐 것을 나중에 발견하는 일이 많습니다.
둘째, 중간 항구에서 지연된 경우입니다. 부산에서 로테르담까지 가는 배도 중간에 여러 항구를 들릅니다. 싱가포르에서 하역이 밀리면 그만큼 전체가 밀립니다. 항만 혼잡, 파업, 세관 문제가 전부 여기서 걸립니다.
셋째, 환적입니다. 직항이 아니라 중간에 배를 갈아타는 화물이면 변수가 두 배가 됩니다. 첫 배가 조금 늦어 다음 배를 못 타면 그 다음 배를 기다려야 하고, 환적 대기만으로 일주일이 날아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넷째, 감속 운항입니다. 연료비를 아끼려고 선사가 항해 속도를 낮추면 ETA가 뒤로 밀립니다.
결국 ETA는 배가 떠나기 전에는 계획이고, 떠난 뒤에도 중간 항구 사정에 따라 계속 움직입니다.
확실한 날짜는 온보드 데이트 하나입니다
여기서 먼저 짚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배가 떠난 것과 내 물건이 그 배에 실린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이 둘을 섞으면 사고가 납니다.
확인 방법은 하나입니다. B/L에 찍힌 온보드 데이트(On Board Date)를 보는 것입니다. 화물이 실제로 본선에 적재된 날짜이고, 선사가 적재를 확인하고 찍는 날짜입니다. 이것이 찍혔다는 것은 내 화물이 그 배에 올라갔다는 뜻입니다. 추정이 아니라 선사가 인정한 사실입니다.
무게도 있습니다. L/C 거래에서 선적기일을 따질 때 기준이 되는 날짜가 이 온보드 데이트입니다. 선적기일을 하루 넘기면 그것만으로 하자가 되는 것이 신용장의 엄격일치이므로, L/C 건이라면 이 날짜를 다른 무엇보다 먼저 확인하셔야 합니다. 일정 때문에 다투게 되는 상황도 결국 이 날짜 하나로 정리됩니다.
위치 추적은 보조 수단입니다
마린트래픽(MarineTraffic)이나 베슬파인더(VesselFinder)에 선명을 넣으면 그 배가 지금 바다 어디쯤 있는지 지도에 나옵니다. 편리하고 저희도 봅니다. 다만 이것은 배의 위치이지 화물의 위치가 아닙니다.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집니다. 공급처는 물건을 실었다고 하고, 배는 정상적으로 출항했고, 지도에서도 잘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안 실렸습니다. 반입이 늦어서 못 실었거나, 컨테이너 번호가 잘못 넘어갔거나, 착오였습니다. 지도만 보고 안심하고 있다가 도착할 때가 됐는데 물건이 없는 상황이 됩니다.
B/L이 아직 안 나왔다면 선사 홈페이지에서 조회하시면 됩니다. 이때 선명이 아니라 컨테이너 번호나 B/L 번호로 조회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선명으로 조회하면 배 이야기이고, 컨테이너 번호로 조회하면 내 화물 이야기입니다. Loaded on Vessel이나 Departed 같은 표시가 뜨면 적재된 것입니다.
공급처가 실었다고 말한 것은 확인이 아닙니다. 사진을 보내줘도 마찬가지입니다. 컨테이너에 넣은 것과 배에 실린 것은 다른 단계이고, 그 사이에 며칠이 있습니다.
A/N에서 먼저 볼 것은 프리타임입니다
배가 도착할 때쯤 A/N(Arrival Notice), 도착통지서를 받게 됩니다. 선사나 포워더가 수하인에게 보내는 통지로, 보통 도착 며칠 전에 옵니다. 실제 도착 예정일과 입항 터미널, B/L 번호와 컨테이너 번호, 청구될 비용 명세, 그리고 프리타임이 적혀 있습니다.
제일 먼저 볼 것은 프리타임입니다. 며칠까지 컨테이너를 빼야 추가 비용이 붙지 않는지가 여기 적혀 있고, 이 날짜를 넘기면 디머리지와 경과보관료가 시작됩니다. 청구 비용 명세도 이때 확인하시는 편이 낫습니다. 어느 항목이 협상 가능하고 어느 항목이 그렇지 않은지는 포워더 견적서 편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나중에 청구서를 받고 놀라는 것보다 A/N 단계에서 묻는 것이 빠릅니다.
A/N이 오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메일 주소가 잘못 등록돼 있거나 스팸함으로 들어가는 일이 있습니다. A/N을 못 받아 통관이 늦어지고 그사이 보관료가 쌓이는 경우가 실제로 나옵니다. ETA가 다가오는데 A/N이 안 왔다면 먼저 연락해 확인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롤오버, 밀릴 때 밀리는 순서
예약한 배를 못 타고 다음 배로 넘어가는 것을 롤오버(Roll-over)라고 합니다. 실무에서는 롤 됐다고 합니다. 원인은 셋입니다. 우리가 마감을 놓쳤거나, 선사가 자리를 안 줬거나, 앞 항구 지연으로 스케줄 자체가 틀어진 경우입니다.
두 번째가 억울한 쪽입니다. 배 한 척에 실을 수 있는 양은 정해져 있는데 선사는 그보다 많이 예약을 받습니다. 비행기 좌석과 같은 구조이고, 성수기에는 이 초과 예약이 실제 상황이 됩니다.
그리고 선사가 화물을 밀어낼 때 아무거나 밀어내지 않습니다. 운임을 싸게 낸 화물부터 밀립니다. 같은 배, 같은 항로라도 화주마다 운임이 다르고, 계약 물량이 큰 대형 화주는 잘 밀리지 않습니다. 한 번씩 소량으로 보내는 화주가 먼저 밀립니다. 성수기에 가장 싼 견적만 보고 부킹하면 싸게 부친 대가로 배를 두세 번 놓치는 일이 생깁니다.
중국 춘절 직전이 가장 심합니다. 공장들이 문 닫기 전에 물건을 빼려고 하니 물량이 몰립니다. 이 시기에는 평소 2주 전에 하시던 부킹을 3~4주 전에 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정리하며
ETD와 ETA는 예정일이지 확정일이 아닙니다. 일정이 미덥지 않으면 포워더에게 묻기 전에 컨테이너 번호로 직접 조회해 보시고, B/L이 나오면 온보드 데이트를 확인하십시오. 그것이 유일하게 확실한 날짜입니다. A/N이 오면 프리타임 날짜부터 보십시오. 거기서부터 돈이 새기 시작합니다.
여기까지가 혼자서도 하실 수 있는 확인입니다. 문제는 확인한 다음입니다. 롤이 됐을 때 다른 배를 잡을지 기다릴지, 프리타임이 촉박할 때 무엇부터 처리할지는 판단의 영역이고, 그 판단을 며칠 미루는 사이에 보관료가 쌓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