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워더나 관세사 견적서를 보면 낯선 항목이 하나 있습니다. EDI 비용, 또는 전산처리비. 몇천 원짜리라 그냥 넘어가게 되는데, 서류비가 따로 있는데 이건 또 뭔가 싶으실 겁니다.
알고 보면 내 화물 정보가 세관까지 가는 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견적서 항목 중 어디까지가 실제로 내야 하는 돈인지는 포워더 견적서 편에서 다뤘고, 오늘은 그중 이 항목 하나를 봅니다.
서류를 팩스로 안 보낸다는 뜻입니다
EDI는 Electronic Data Interchange, 전자문서교환입니다. 사람이 서류를 들고 가거나 팩스로 보내는 대신, 시스템끼리 정해진 형식으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것입니다.
핵심은 형식이 정해져 있다는 점입니다. 사람이 읽는 문서가 아니라 기계가 읽는 데이터라, 보내는 쪽과 받는 쪽이 같은 규격을 쓰기로 약속해야 합니다. 그래서 품명 칸에는 무엇을 몇 자까지 넣고, 중량은 어느 단위로 적고 하는 것이 전부 정해져 있습니다.
품명을 뭉뚱그리면 안 된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되는 이유의 절반이 여기 있습니다. 사람이 보면 알아들을 표기도 시스템에서는 그냥 안 맞는 값입니다. 품명을 어떻게 적느냐가 HS코드 판단으로도 이어지므로, 이 칸은 생각보다 뒤에까지 영향을 줍니다.
통관이 이틀에서 두 시간이 된 이유
지금은 당연하게 여기지만 예전에는 통관이 며칠씩 걸리는 일이었습니다. 물류업체가 관세청 통관시스템에 EDI로 세관신고를 하게 되면서, 1997년 이틀이던 통관 시간이 두 시간대로 줄었습니다.
보세화물 반출입신고 EDI 서비스가 1995년 9월에 시작됐고, 지금은 항공·해상 적하목록, 보세운송신고, 하선결과보고까지 전부 이 방식으로 처리됩니다. 유니패스에서 화물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조회할 수 있는 것도 이 덕분입니다. 각 단계가 끝날 때마다 시스템으로 신고가 들어오니 화면에 바로 찍히는 것입니다. 그 화면에 뜨는 단계들이 무엇인지는 화물관리번호와 적하목록 편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창구가 둘로 나뉘어 있습니다
여기가 조금 헷갈리는 부분인데, 우리나라는 EDI 중계 사업자가 둘입니다.
KTNET(한국무역정보통신)은 무역과 통관 쪽입니다. 무역업체가 은행, 요건확인기관, 선사, 포워더, 관세사와 수출입 업무를 전자적으로 처리하는 통로 역할을 합니다. 전자무역촉진법에 따라 지정된 국가 전자무역 인프라이고, 수출입신고와 신용장 개설, 관세환급 같은 것들이 이쪽입니다.
KL-Net(한국물류정보통신)은 항만과 물류 쪽입니다. 적하목록, 보세운송, 하선결과보고가 여기를 지나갑니다. 선사와 해운대리점이 항만 당국에 선박 입출항이나 항만시설 사용을 신청하는 시스템도 이쪽에서 운영합니다.
| 구분 | KTNET | KL-Net |
|---|---|---|
| 영역 | 무역·통관 | 항만·물류 |
| 주요 서류 | 수출입신고, 환급, 신용장 | 적하목록, 보세운송, 반출입신고 |
| 주 이용자 | 무역업체, 관세사, 은행 | 선사, 포워더, 터미널 |
창구가 둘이라 비용도 양쪽에서 나옵니다. 업계에서 오래전부터 일원화 얘기가 나왔지만 아직 이 구조입니다.
그래서 얼마인가
견적서에 찍히는 금액의 정체가 이것입니다. KTNET이 인프라 운영 비용을 무역업체에 기본료 형태로 부과하는데, 수출은 B/L 건당 1,400원, 수입은 B/L 건당 2,100원 수준입니다. 여기에 전송량에 따른 회선 사용료가 붙습니다.
금액만 보면 크지 않습니다. 다만 알아두실 것이 있습니다. B/L 건당이라는 점입니다. 한 번에 실을 물건을 두 건으로 나누면 이 비용도 두 번 나갑니다. 몇천 원이라 대수롭지 않아 보이지만, B/L을 나누면 서류비와 핸들링비도 같이 두 번 나가니 합치면 적은 돈이 아닙니다.
수입 건이 수출보다 비싼 것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신고 항목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화주 입장에서 실제로 중요한 것
EDI 자체는 우리가 다룰 일이 없습니다. 관세사와 포워더가 쓰는 시스템입니다. 그래도 알고 있으면 달라지는 것이 세 가지 있습니다.
먼저 견적서를 볼 때 이 항목이 중복 청구되고 있지 않은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포워더 견적과 관세사 견적에 비슷한 이름의 항목이 각각 들어 있는 경우가 있는데, 실제로 서로 다른 망을 쓰는 것이면 정상이고 같은 건에 두 번 붙은 것이면 물어볼 만합니다.
다음으로 일이 왜 막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전송이 오류로 반려되면 화면에는 아무것도 안 뜹니다. 물건은 항구에 멀쩡히 있는데 유니패스에서는 진행이 안 된 것처럼 보입니다. 이럴 때 포워더에게 물어볼 말이 생깁니다. 전송이 들어갔는지, 반려된 건지.
마지막으로 데이터의 출처가 결국 우리라는 점입니다. 시스템이 아무리 빨라도 들어가는 값이 틀리면 그 틀린 값이 빠르게 전달될 뿐입니다. 공급처가 보낸 패킹리스트와 인보이스의 숫자가 그대로 적하목록이 되고, 그것이 그대로 세관 화면에 뜹니다.
정리하며
EDI는 우리 서류가 세관까지 가는 길입니다. 그 길이 잘 닦여 있어서 통관이 며칠에서 몇 시간으로 줄었고, 견적서의 몇천 원은 그 길의 통행료인 셈입니다.
다만 길이 좋아도 실어 보내는 내용이 틀리면 소용이 없습니다. 빠르게 틀린 정보가 도착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