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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관·관세

보세 옷, 보세창고, 면세점의 보세가 같은 말인 이유

색색의 원단이 선반에 쌓여 있는 모습 — 보세가공은 외국 원단을 들여와 만들어 다시 내보내는 제도에서 시작됐다

보세 옷 하면 상표 없는 저렴한 옷, 동대문 상가 정도가 떠오릅니다. 그런데 이 보세는 옷 종류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관세 용어입니다.

세금을 보류한다는 뜻입니다

보세(保稅)를 한자 그대로 풀면 세금을 보류한다는 뜻입니다. 관세 부과를 보류한다는 의미이고, 보세가공제도는 외국 원재료를 세금 부담 없이 반입해 제조·가공한 뒤 다시 수출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입니다.

1970년대 한국은 이걸로 먹고살았습니다. 외국에서 원단을 들여와 옷을 만들어 다시 외국으로 내보냈습니다. 어차피 나갈 물건이니 들어올 때 관세를 받지 않은 것입니다.

그런데 만들어둔 옷이 다 나가지는 않습니다. 주문이 취소되기도 하고 수량이 남기도 합니다. 그렇게 해외로 나가지 못한 물량이 동대문 시장 등으로 흘러들면서 보세 옷이라는 말이 퍼졌다고 전해집니다. 수출용으로 만든 옷이라 품질은 괜찮은데 상표는 뗀 물건이었습니다. 원래는 질은 좋은데 상표 없는 싼 옷이라는 뜻이었던 셈입니다.

한국 땅에 있어도 아직 외국 물건입니다

여기서 실무로 넘어옵니다. 외국에서 물건이 들어오면 관세와 부가세가 붙지만, 항구에 내리자마자 걷지는 않습니다. 수입신고를 하고 세금을 내야 비로소 그 물건이 한국 물건이 됩니다.

그전까지는 세관 관리 아래 세금이 유보된 상태로 놓입니다. 이것이 보세 상태입니다. 배가 부산항에 들어와 컨테이너가 내려졌어도 통관 전이라면 법적으로 아직 외국 물건입니다. 한국 땅에 놓여 있지만 아직 한국에 들어온 것은 아닙니다.

이 시차를 자금 관리에 쓸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그 부분은 분할 통관보다 먼저 확인할 것에서 다뤘습니다.

보세 상태로 물건을 둘 수 있는 곳

이 상태로 물건을 둘 수 있는 장소를 보세구역이라고 합니다.

이름 무엇을 하는 곳인가
지정장치장 항구·공항 안에서 통관 전 물건을 잠깐 두는 곳
보세창고 통관 전 물건을 길게 보관하는 창고
보세공장 관세 유보 상태로 원재료를 가공하는 공장
보세전시장 박람회장
보세판매장 면세점

면세점이 여기 끼어 있는 것이 의외로 보일 수 있습니다. 면세점 물건도 아직 수입되지 않은 외국 물건입니다. 그래서 출국하는 사람에게만 팔 수 있고, 산 자리에서 들고 나가는 것이 아니라 출국장에서 받습니다. 박람회장도 같습니다. 외국 업체가 전시하려고 들여온 물건은 전시가 끝나면 다시 나가니 들어올 때 관세를 받지 않습니다.

보세공장은 지금도 돌아갑니다

1970년대 옷 이야기로 들리지만 이 제도는 지금도 돌아가고, 오히려 더 중요해졌습니다.

반도체를 예로 들면 이해가 빠릅니다. 원재료와 장비 부품을 세계 각지에서 들여와 가공해서 다시 세계로 내보냅니다. 이 부품들에 매번 수입 관세를 물린다면 원가 구조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관세를 유보한 상태로 들여와 가공하고, 완제품을 수출하면 그 관세가 아예 발생하지 않는 구조를 씁니다. 이런 공장이 보세공장입니다.

반도체, 조선, 방산처럼 거대한 설비와 정밀한 공정이 필요한 산업에서 보세가공제도는 공정이 멈추지 않도록 시간을 벌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원단이 웨이퍼로 바뀌었을 뿐 구조는 50년 전과 같습니다.

중국에도 같은 제도가 있고, 그쪽 보세공장에서 품명을 어떻게 관리하는지는 绕港·绕澳는 왜 생기는가에 적어두었습니다.

창고 안에 상주하는 세관의 대리인

보세구역에는 세금을 안 낸 물건이 쌓여 있습니다. 물건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누군가는 정확히 기록해야 하는데, 전국의 모든 보세창고와 보세공장에 세관 공무원을 한 명씩 보낼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만든 제도가 보세사입니다. 보세화물 관리 지식을 바탕으로 세관 공무원 업무 중 일부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국가전문자격으로, 1981년에 도입됐습니다. 보세 화물이 들어오고 나갈 때 입회해 확인하고, 보세구역 출입을 관리하고, 각종 대장을 작성합니다. 대장 하나가 안 맞으면 그때부터 일이 커집니다. 세금을 안 낸 물건이 사라졌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화주 입장에서 알아둘 만한 것은 이 부분입니다. 보세창고, 보세공장, 보세판매장 같은 특허보세구역을 운영하려면 운영인은 반드시 보세사를 채용해야 합니다. 자기 보세구역을 세관으로부터 자율관리보세구역으로 지정받으려 할 때도 의무입니다. 사람이 없으면 창고 문을 못 여는 구조입니다. 보세창고 보관료가 일반 창고와 같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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