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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결제

T/T 선금 30% 잔금 70%, 잔금 보내는 시점이 중요합니다

책상 위에 놓인 다이얼 전화기 — 계좌 변경 통보는 메일이 아니라 전화로 확인한다

계약서나 견적서에 이런 줄이 있습니다. Payment Term: T/T in advance. 여기서 한 번 막힙니다.

T/T(Telegraphic Transfer)가 무엇인지는 금방 나옵니다. 은행을 통한 계좌이체입니다. 국내에서 거래처에 돈 보내는 것과 원리가 같고, 상대가 외국에 있으니 국제 송금망을 탈 뿐입니다. 개념은 이게 전부입니다.

그런데 같이 딸려 나오는 이야기가 하나같이 무섭습니다. 선금 보냈는데 물건이 안 왔다, 연락이 끊겼다, 계좌가 바뀌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중간에 아무도 없기 때문입니다. 돈을 보내면 곧장 상대 계좌로 들어갑니다. 물건이 제대로 왔는지 확인해주는 사람도 없고, 문제가 생겼을 때 돈을 잡아두는 곳도 없습니다.

그래서 T/T에서 실제로 협상해야 하는 것은 방식이 아니라 시점입니다.

선불이냐 후불이냐로 위험이 통째로 뒤집힙니다

T/T in advance, 선불입니다. 물건을 받기 전에 돈을 먼저 보냅니다. 위험은 전부 수입자 쪽에 있습니다. 돈은 이미 나갔는데 물건이 안 오거나 상태가 다르면 되돌릴 방법이 마땅치 않습니다.

T/T after delivery, 후불입니다. 물건을 받고 확인한 다음에 보냅니다. 위험은 반대로 수출자 쪽으로 넘어갑니다. 물건은 보냈는데 돈을 못 받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해외 공급처는 처음 거래하는 상대에게 거의 선불을 요구합니다. 수입을 처음 시작할 때는 구조적으로 이쪽이 위험을 다 지는 자리에서 출발하게 됩니다. 이걸 알고 시작하는 것과 모르고 시작하는 것은 다릅니다.

30 대 70은 비율의 문제가 아닙니다

100% 선불도 100% 후불도 한쪽이 너무 불리합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나눠서 냅니다. 가장 흔한 것이 30% 선금, 70% 잔금입니다. 계약할 때 보내는 30%는 공급처가 원자재를 사고 생산을 시작하는 비용이 되고, 사고가 나도 손해가 30%로 제한됩니다. 공급처 입장에서도 최소한 생산비는 확보하니 서로 받아들일 만한 선이 됩니다.

여기까지는 대부분 아는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갈리는 곳은 비율이 아니라 잔금을 언제 보내는지입니다.

선적 전에 보내는 것과, 선적하고 B/L 사본을 확인한 다음에 보내는 것은 전혀 다릅니다. 앞엣것은 물건이 배에 실렸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돈이 나가는 것이고, 뒤엣것은 최소한 화물이 실제로 출발했다는 증거를 보고 보내는 것입니다.

계약서에 못 박으시면 됩니다. 70% against copy of B/L 정도면 충분합니다. 이 한 줄이 있고 없고가 사고가 났을 때 남는 것의 전부입니다. 여기 나오는 B/L이 어떤 서류인지는 하우스 B/L과 마스터 B/L에 정리해두었습니다.

돈이 어느 계좌로 가느냐

통화나 송금 방법보다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어느 계좌로 보내느냐입니다. 세 가지만 지켜도 사고 확률이 크게 줄어듭니다.

반드시 법인 계좌로 보냅니다. 개인 계좌로 보내달라는 요청은 일단 멈추고 이유를 물어야 합니다. 수수료를 아껴준다거나 절차가 빠르다는 이유를 대는 경우가 있는데, 세무상으로도 외환 규제상으로도 위험합니다.

계좌 명의가 인보이스·계약서의 회사명과 정확히 같은지 확인합니다. 담당자가 말한 회사명, 인보이스에 찍힌 회사명, 계좌 명의가 서로 다르다면 그 자리에서 진행을 멈추고 설명을 요구하셔야 합니다. 사기의 가장 흔한 패턴이기도 합니다.

송금 직전에 계좌 정보를 한 번 더 확인합니다. 거래가 잘 진행되던 중에 우리 계좌가 바뀌었다는 메일이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메일 계정이 해킹되어 제3자가 끼어든 것일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메일로 답하지 마시고, 평소 통화하던 담당자에게 전화나 위챗으로 직접 확인하십시오. 전화 한 통이면 끝나는 일입니다.

통화를 무엇으로 할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중국에서 수입한다면 달러로 보낼지 위안화로 보낼지도 걸립니다. 규모가 작은 업체는 외화 계좌가 없거나 위안화로 바꾸는 절차가 번거로워 위안화로만 받겠다고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중국은 외환 관리가 엄격한 편이라 목적이 불분명한 자금은 수취가 거절되기도 합니다. 까다로워서가 아니라 현실적인 제약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같은 물건인데 달러 견적과 위안화 견적의 가격이 다를 수 있습니다. 이 부분과 송금 수수료 구조는 결제 통화 하나로 마진이 갈립니다에서 따로 다뤘습니다.

중간에 아무도 없다는 뜻

T/T는 무서운 방식이 아닙니다. 중간에 아무도 없어서 확인을 직접 해야 하는 방식일 뿐입니다.

그 확인을 은행이 대신해주는 구조가 L/C입니다. 다만 그쪽은 그쪽대로 비용과 절차가 붙습니다. L/C가 더 안전하다는데 왜 다들 T/T를 쓸까요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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