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부산항에 들어왔는데 원본 B/L이 아직 도착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공급처가 서류를 우편으로 보냈는데 배보다 늦게 오고 있는 것입니다. 물건은 눈앞에 있는데 찾을 수가 없고, 그동안 보관료는 계속 붙습니다.
이 상황을 푸는 방법이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애초에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게 만드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미 벌어진 상황을 수습하는 것입니다.
왜 서류가 배보다 늦는가
중국이나 일본에서 오는 화물은 사흘이면 도착합니다. 그런데 서류는 우편으로 갑니다. 국제특송으로 보내도 이틀에서 사흘이 걸리고, 공급처가 발송을 하루만 미뤄도 바로 역전됩니다.
거리가 가까울수록 이 문제가 자주 생깁니다. 유럽이나 미주처럼 한 달 걸리는 항로에서는 거의 없는 일입니다.
원본이 있어야 화물을 내주는 이유
B/L은 단순한 영수증이 아니라 이 종이를 가진 사람이 화물의 주인이라는 증서입니다. 그래서 권리증권이라고 부릅니다. 선사는 원본 B/L을 받아야 화물인도지시서, 즉 D/O를 내줍니다. 종이 한 장과 컨테이너를 맞바꾸는 구조입니다.
원본이 없으면 선사도 함부로 물건을 내줄 수 없습니다. 나중에 진짜 주인이 나타나면 선사가 배상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B/L의 종류와 발행 구조는 하우스 B/L, 마스터 B/L, 서렌더 비엘 차이와 도착지 비용에 정리해두었습니다.
방법 1. 서렌더 비엘
첫 번째는 아예 원본이 오가지 않게 만드는 것입니다. 서렌더 비엘(Surrendered B/L)이고, 써렌더라고 쓰기도 하며 텔렉스 릴리즈(Telex Release)라고도 부릅니다.
방식은 이렇습니다. 발행된 원본 B/L 전부를 송하인이 선적지에서 선사에 반납합니다. 반납한다는 뜻이 서렌더입니다. 그러면 선사가 도착지 사무소에 전신으로 알립니다. 이 화물은 원본 없이 내줘도 된다고요. 수하인은 회사 확인만 되면 D/O를 받을 수 있고 우편을 기다릴 필요가 없습니다.
실무에서는 공급처가 서렌더된 B/L 사본을 이메일로 보내주고, 그것으로 통관과 화물 인수가 진행됩니다. 비용은 선사나 포워더가 서렌더 수수료로 3만원에서 5만원 정도 청구합니다.
서렌더를 쓸 수 있는 거래, 못 쓰는 거래
아무 때나 쓰는 것은 아닙니다. 서렌더를 하면 송하인은 화물에 대한 통제권을 놓게 됩니다. 수하인이 대금을 안 보내도 물건은 이미 찾아갈 수 있는 상태가 됩니다.
그래서 대금을 이미 다 받았거나 오래 거래한 믿을 만한 상대일 때 씁니다. T/T로 선결제하는 거래에서 주로 쓰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반대로 L/C 거래에서는 서렌더가 안 됩니다. 은행이 대금을 지급하는 담보로 원본 B/L을 쥐고 있어야 하는데, 원본이 없으면 담보 없이 돈을 내주는 셈이 되기 때문입니다. 신용장에 서렌더 B/L을 제시하면 수리되지 않습니다.
방법 2. L/G
두 번째는 이미 벌어진 상황을 푸는 것입니다. 원본 B/L이 아직 안 왔는데 물건은 도착한 경우에 쓰는 것이 L/G, Letter of Guarantee입니다. 우리말로 수입화물선취보증서라고 합니다. 원본은 나중에 낼 테니 물건을 먼저 달라고 은행이 보증을 서주는 서류입니다.
절차는 수입자가 거래 은행에 L/G 발급을 신청하면 은행이 수입자와 함께 연대보증을 서는 식입니다. 이 L/G를 선사에 제출하면 원본 없이 D/O가 나오고, 나중에 원본 B/L이 도착하면 선사에 제출하고 L/G를 회수합니다.
은행이 보증을 서는 것이므로 보통 수입대금 결제나 담보 제공이 전제됩니다. 수수료도 붙습니다. 은행마다 다르지만 발급 수수료에 보증료가 더해지는 구조입니다.
L/G를 쓰면 잃는 것
여기가 반드시 아셔야 할 부분입니다. L/G를 발행하는 순간 서류 하자를 이유로 대금 지급을 거절할 권리를 잃습니다.
L/C 거래에서 서류에 하자가 있으면, 그러니까 신용장 조건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원래는 지급을 거절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L/G로 물건을 먼저 받아버리면 그 카드가 사라집니다. 이미 화물을 가져갔으니 이제 와서 서류가 잘못됐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물건에 문제가 있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용장 거래에서 서류가 왜 그렇게 까다로운지는 L/C가 더 안전하다는데 왜 다들 T/T를 쓸까요에 적어두었습니다.
그래서 L/G는 급할 때 쓰는 수단이지 편해서 쓰는 수단이 아닙니다. 물건에 확신이 있고 보관료 손실이 더 클 때 쓰는 것입니다. 보관료가 어떻게 쌓이는지는 디머리지 디텐션 경과보관료 차이와 프리타임 관리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둘을 비교하면
| 구분 | 서렌더 B/L | L/G |
|---|---|---|
| 시점 | 선적 단계에서 미리 | 도착 후 급할 때 |
| 주체 | 송하인이 선사에 반납 | 수입자가 은행 보증 |
| 비용 | 3~5만원 수준 | 은행 수수료 + 보증료 |
| 맞는 결제 | T/T, 특히 선결제 | 주로 L/C |
| 잃는 것 | 송하인의 통제권 | 수입자의 클레임 권리 |
서렌더는 예방이고 L/G는 수습입니다.
세 번째 방법도 있습니다
아예 원본이 발행되지 않는 운송장을 쓰는 방법입니다. 해상화물운송장(Sea Waybill)입니다. 처음부터 권리증권이 아니라 운송 계약서로만 발행되는 서류라 원본을 주고받을 일이 없고, 서렌더 절차도 필요 없습니다.
본사와 해외 지사 간 거래처럼 대금 회수 위험이 없는 경우에 씁니다. 다만 이것도 L/C 거래에는 쓸 수 없습니다. 담보 기능이 없기 때문입니다.
미리 정해두는 편이 낫습니다
원본 B/L을 기다리다 보관료를 무는 일은 미리 막을 수 있습니다. T/T 선결제 거래라면 부킹할 때부터 서렌더로 진행하겠다고 정해두십시오. 공급처에 매번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거래 조건에 못 박아두는 편이 낫습니다.
L/C 거래라면 서류가 배보다 먼저 도착하도록 일정을 관리하셔야 합니다. L/G는 마지막 수단입니다. 그것을 쓰는 순간 서류가 잘못돼도 따질 수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